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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위기. 제2의 티메프 사태?

by SayMON 2025. 3. 8.

이미지. 홈플러스 로고

홈플러스의 위기

202534일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습니다.

불과 며칠전, 신용 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직후에 나온 뉴스라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혹시 모를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조치일 뿐, 영업에는 문제가 없다며 매장은 정상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 답했습니다.

그러나 20247월 티메프 사태를 겪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유통업계에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어쩌다 신용등급 하향도 모자라 기업회생절차까지 밟게 된 걸까요?

 

홈플러스의 탄생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그룹의 유통계열사로 시작된 대형마트 체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삼성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구에 1호점을 오픈한지 겨우 2달만에 IMF 사태가 터지면서 삼성은 결국 유통업을 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홈플러스의 지분을 영국의 유통 전문기업 테스코에 매각하며 홈플러스에서 서서히 발을 땠습니다.

이후 홈플러스 사업을 이어받은 테스코는 자신들의 유통업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홈플러스를 이마트 다음으로 가는 거대한 대형마트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 결과 2010년대 중반,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매장에서 8조 원의 매출을 만들어 내며 명실상부한 국내 2위 대형마트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승승장구한 홈플러스와 다르게 모회사인 테스코는 유럽에 등장한 새로운 슈퍼마켓 체인업체들에게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2014년에는 4,000억 원대의 역대급 회계 조작 혐의까지 들통나면서 창립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본사가 무너지게 생겼다고 판단한 테스코는 잘나가던 홈플러스 사업을 매각해 그 돈으로 테스코를 살리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 홈플러스, 그리고 그때 홈플러스를 사겠다고 등장한건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였습니다.

2015MBK는 당시 잘나가던 홈플러스를 무려 72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인수했는데 문제는 MBK72천억 원의 인수 대금 중 4조 원 이상을 홈플러스 명의로 은행 대출금을 마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차입매수(LBO)라고 부르는 기업입수 방식이었죠.

차입매수는 인수되는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아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MBK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각 점포의 건물과 땅을 담보로 조 단위의 빚을 대출해 홈플러스를 인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빚의 주인은 홈플러스였기 때문에 이때 생긴 빚은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홈플러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처럼 작용해 왔습니다.

 

홈플러스의 추락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이자 비용에 수천억의 대출금 상황까지 해야 하다 보니 홈플러스는 신규 점포 확장이나 기존 점포에 대한 재투자, 리모델링 등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BM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부터는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 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대형마트 업계가 침체되면서 홈플러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MBK는 대출금 상환에 더욱 집중하며 부동산 자산 매각, 고용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등 어떻게든 빚을 갚을 현금을 확보하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단기적인 재무 개선에만 집중하다 보니 당연히 유통시장에서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상황이 답답한 건 BMK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MBK가 홈플러스의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곤 했지만 몇 년째 매출은 정체되고 적자를 기록 중인 홈플러스를 제값 주고 사겠다는 기업도 없는 상태라 쉽게 매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홈플러스는 올해도 연중 최대 할인행사 홈플런을 예정대로 진행하며 실제 경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줘 특별한 위기 조짐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534일 갑작스럽게 회생 신청을 발표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내부 임직원에게 사전 공지조차 없이 새벽에 온라인으로 회생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매우 긴급한 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홈플러스는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에 대해 신용등급이 낮아져 단기자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곧 만기가 다가올 빚을 갚지 못할 것 같으니 채권자들에게 사정을 봐달라고 요청했다는 뜻입니다.

사실 홈플러스는 작년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지 못할 것 같자 메리츠금융에서 연 10%대 금리로 돈을 빌려 빚을 돌려막는 등 재무 상태가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2025228, 실적 부진, 재무 부담,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자 더 이상 돌력막기용 자금도 빌리기 어려워져결국 백기를 들고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가 지난 2021년 이후 3년간 1,000~2,000억 원의 적자를 꾸준히 내온 데다 돌려막기 중인 빚이 2조 원에 달하는 반면 앞으로도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용등급을 하향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미 작년 11월부터 홈플러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납품업체들에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판매대금 정산을 지연하는 상황이 벌어졌단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은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말에 따르면 납품업체들에 대한 대금 정산이나 임직원들의 급여 지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채무 조정을 하는 과정이 점포를 매각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할 경우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6개월 안에 갚아야 할 빚이 2000억 원, 1년 내로 갚아야 할 빚이 1조 원에 달하는 데 반해 작년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가 가진 현금은 1,500억밖에 되지 않으니 채무 조정 과정이 쉽지 않을 것만은 명확합니다.

 

MBK 그리고 홈플러스

한편,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현재 MBK가 참여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항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MBK는 작년 9월부터 고려아연을 인수하기 위해 영풍과 손을 잡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MBK의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MBK가 또다시 15천억 원이 넘는 차입금을 끌어왔다는 사실이 재조명 되면서 대주주로서 홈플러스의 재무 회복에는 신경 쓰지 않고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데만 몰두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 34일 저녁,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을 하자마자 즉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추가 하향하며 홈플러스가 사실상 채무 불이행 상태에 돌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상품권 사용처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이 중단되는 상황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납품업체의 대금 정산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홈플러스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아직 작년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여러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됐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만큼 불안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홈플러스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인데 과연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