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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롯데그룹의 방향

by SayMON 2025. 3. 9.

이미지. 롯데케미칼

롯데의 위기설

국내 5대 재벌 그룹으로 흔히 삼성, SK, 현대, LG, 롯데를 꼽습니다.

그런데 2023,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2010년부터 13년간 줄곧 국내 5위를 차지해 오던 롯데가 포스코에게 밀려나 국내 6위의 기업집단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게다가 20241118일에는 롯데, 2의 대우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찌라시가 나돌면서 롯데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루머가 확산되자 롯데가 부랴부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자료를 뿌리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부도설, 진실과 거짓

20241118, 하루 동안 일파만파 퍼져 나가던 찌라시는 롯데그룹 전체의 차익금이 무려 39조 원에 달하며 12월 초가 되면 결국 채무를 갚지 못한 롯데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롯데가 제2의 대우그룹이 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더해져 롯데 계열사들의 주식은 순식간에 적게는 5% 많게는 10%까지 하락하여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무려 롯데씩이나 되는 재벌 그룹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라고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롯데그룹 부도설에 신빙성을 더한 것은 20249월 말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에 총 차입금이 실제로 약 35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2020년 말에도 25조에 달했던 차입금이 4년 동안 10조나 불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롯데그룹의 차입금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롯데가 이차전지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편의점 기업 미니스톱, 가구 기업 한샘,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 중고나라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하며 그룹의 몸집을 적극적으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천억을 주고 인수한 기업들이 모두 적자를 내면서 쌓인 차입금에 적자까지 더해져 그룹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새로 인수한 기업들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롯데그룹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원래 롯데케미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조 단위의 돈을 롯데그룹에 벌어다 주는 알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몇 년간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마구잡이로 지어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 과잉을 초래하면서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하며 한 해에 7626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냈고, 2023년에도 3477억 원의 적자를 내고, 2024년에도 1~3분기 동안 660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롯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신사업 실패에 롯데케미칼의 적자까지 더해진 롯데그룹의 재무상황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롯데의 위기는 이게 다가 아니였습니다.

2021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에 불황이 오고 건설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건설도 PF 우발채무 5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진 상황이었습니다.

PF 우발채무는 금융권에서 대규모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던 시행사가 부도가 났을 때 건설사가 시행사의 대출 채무를 떠안는 것으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롯데건설을 포함한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PF 우발채무를 떠안아 허덕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물론 PF 우발채무는 중단된 건설 공사를 마무리해 건물을 분양해 수익을 얻으면 해결할 수 있는 채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빚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건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롯데케미칼의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원활한 기업 운영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 기업들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AA+ 였던 롯데케미칼은 AA, AA였던 롯데지주는 AA-로 강등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의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부여했습니다.

부정적 판정은 6개월 이내에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차입금을 빌리는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에 정말 롯데가 이대로 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차입금에 롯데그룹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의 금융 관계자들은 이번 부도 찌라시가 사실이 아니라며 롯데가 대우처럼 부도가 날 리는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롯데그룹이 가진 현금만 약 15조 원, 여기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서초동에 보유한 공장 부지 등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만 해도 약 56조 원에 달해 비상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71조원이 넘는 수준이라 35조 원의 차입금이 롯데를 무너뜨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 금융 관계자들의 의견입니다.

이렇게 찌라시의 내용이 터무니없다는 관계자들의 반응과 함께 롯데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롯데 계열사들의 주식 가격 또한 조금이나마 반등을 하고 롯데그룹 부도설도 서서히 잠잠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인 20241121일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20241121일 롯데케미칼은 재무 악화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으며 재무 약정 위반 유예를 위해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치 암호문과도 같은 이 말의 뜻은 롯데케미칼이 채권자들에게 돈을 빌릴 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채권자들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139월부터 20233월까지 10년간 발행한 회사채 14개가 문제가 되었으며 부채의 규모는 2조 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케미칼이 해당 회사채를 발행하며 채권자들과 체결한 재무 약정 조항에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고 자본 대비 담보금액 비율을 일정 이하로 유지하는 등 건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문제가 된 것은 3년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평균치가 이자 비용 대비 5배를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조 단위의 흑자를 내년 롯데케미칼은 2020년 말 기준, 이자 비용 대비 이익 평균치가 20배에 달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적자가 계속 누적된 결과 2024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이자비용 대비 이익 평균치는 4.3배 수준까지 떨어졌는데요.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채권자와의 약정을 위반했고 그 결과, 채무자가 만기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대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인 기한의 이익이 상실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채권자는 즉시 채무자인 롯데케미칼에게 채무액 전액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롯데케미칼은 2조 원이나 되는 현금을 어딘가에서 마련해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서 채권들이 바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유 발생 후 채권자들의 집회가 소집되고 집회에서 기한이익 상실 선언을 결의해야 조기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어떻게든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채권자 집회에서 채권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에는 은행 예금 2조 원과 유동성 자금을 포함해 총 4조 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으며 롯데그룹 전체가 보유한 현금 15조 원도 가용할 수 있어 이번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 사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찌라시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문제가 된 14개의 회사채는 각자 채권자의 구성이 달라 14개 회사채 모두에서 각각 기한이익상실 유보 동의를 받아내야 하는데 이 중 하나의 회사채라도 협의에 실패해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동의를 받은 다른 13개의 회사채도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특정 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사채관리계약에 따라 모든 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문제가 된 14개 회사채 이외의 약 2천억 원 규모의 또 다른 2개의 회사채, 그리고 약 8조 원 규모의 은행 차입금, 게다가 롯데케미칼이 보증을 해 준 롯데건설의 회사채까지 모든 채무가 연쇄적으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돼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자들 또한 롯데그룹이 무너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조기 상환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신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더라도 채권자들이 그 대가로 이자율 상향을 요구하면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말들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석유화학 업황이 다시 살아나 롯데케미칼이 예전처럼 조 단위의 흑자를 내는 기업이 되는 것이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하지만 경기 사이클을 타는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롯데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선 계열사와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먼저 계열사 중 매각 매물로 언급된 것은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국내 렌터카 1위 사업자, 롯데렌탈입니다.

2023년 기준, 매출액 27521억 원에 영업이익 3045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알짜 계열사인 롯데렌탈이 매물로 언급되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롯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롯데렌탈 외에도 롯데그룹 내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그리고 자산 중에서는 매각 예상가 2000~3000억 원 대의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이 매각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열사와 자산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와중 20241127,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신용 보강을 위해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 현재 가치 약 6조 원으로 추정되는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속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잡음이 흘러나오니 시장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초강수를 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오죽하면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겠냐’ ‘진짜 롯데가 큰일이 나긴 났나 보다라는 반응이 나오며 오히려 롯데 위기설에 더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롯데의 노력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