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고공행진 가격
금값은 2024년에만 1온스당 300달러가 넘게 상승해 누적 상승률이 15%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요즘 금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금의 인기를 보여주듯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골드바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하고 매달 매출액이 2억 달러나 됩니다. 중국에선 금 콩이라 불리는 1g짜리 금 조각을 사 모으고 SNS 인증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금이 대중에 인기를 끄는 것 자체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달러가 강세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오르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인데 금값이 이토록 상승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브레튼우즈 협정
과거 금본위제에선 미국 정부가 금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이후 1971년까지 유지되었던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35달러를 금 1온스로 금 태환을 보장하고 각국 통화 가치를 달러의 1% 범위 내에서 연동시켰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 초기인 1947년까지 해도 미국 정부는 전 세계 금의 70% 이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러 발행량을 늘리면서 더 이상 달러를 금의 가치에 고정시킬 수 없었던 미국은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금을 미국으로부터 회수하기 시작했고 금 보유량의 한계에 맞이한 미국은 1971년 금의 교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닉슨 쇼크를 단행하며 브레튼우즈 협정을 파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브레튼우즈 체제가 깨진 1970년대 이후 금값은 대체로 금리 및 달러의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금 시장의 통제권
수천 년 동안 금은 최고의 가치저장 수단이자 화폐 개념과 동의어였습니다. 무역은 금 자체로 결제되거나 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는 지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1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 폐기를 통해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시키자 금은 이러한 오랜 역할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주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다른 자산처럼 거래되기 시작했는데 금 가격은 주로 서양의 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파생 상품의 형태로 허공에서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1974년부터 금 선물 거래가 시작돼 실물 금이 아닌 서류상의 금을 사고팔게 된 후로 투기적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우리가 실물로 보유할 수 있는 금의 양은 한계가 있지만 금 파생 상품의 양은 한계가 없습니다. 무제한이란 이야기입니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금으로 실체가 없습니다. 실제로 실물 금이 11조 달러 정도라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금은 300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금 파생 상품으로 인해 실물 금이 아니라 서류상 존재하는 금에 대한 투자수요가 생성되었고 이것으로 금 가격이 결정됩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가 하락할 때는 금을 매수하고 반대로 금리가 상승할 때는 금을 매도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가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매수, 매도에 의하여 이어져 오던 달러와 금값에 확고한 상관관계가 최근 금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현재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폭풍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달러의 강세, 그리고 금값 상승
지난해 국제 금 시세는 12% 그리고 국내 시세는 17% 올랐고 이에 더해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보니 투기 수요가 가세한 것을 근래 금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또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에 금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는 금리가 내리면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적기 때문에 금과 같은 현물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거시적으로는 지난 2년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에 금값이 올랐는데 23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금의 양은 1037톤으로 3년 전에 1082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금 가격을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깨진 1970년대 이래 금값은 대체로 금리 및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여 왔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이자와 배당이 없는 금은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지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 달러로 표시하는 금 가격은 반대로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금값이 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시기는 2022년 3월부터입니다. 이때 금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금세 원래 가격으로 회귀했습니다. 그리고 1971년 금 태환제 폐지 이후 깨지지 않았던 미국 금리와 금값의 공식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실질 금리가 상승하는데 금값도 함께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금리가 오르자 서방의 기관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금을 매각했습니다. 그럼 보통 투매 현상이 발생하며 금값이 하락합니다. 하지만 이번은 금값이 하락하긴 커녕 오히려 15%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2월까지 금 ETF에서 유출된 자금은 57억 달러인데 그중 47억 달러가 북미에서 유출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계속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 이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중국 민간 부분에서 실물 금에 대한 왕성한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전쟁
그렇다면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중국 민간 부분에서는 실물 금에 대한 수요가 왜 발생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은행 네트워크가 러시아의 달러 외환을 동결하자 러시아는 쌓아두었던 부가 순식간에 정지해 버렸습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풍부한 지하자원인 원유를 팔아서 차곡차곡 달러로 모아 두었지만, 위기가 닥치고 보니 러시아 입장에서 미국의 달러는 허상이었습니다. 달러는 미국과 서방의 자비에 기대해야 하는 자산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비서구권 국가에서 달러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상승했고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대량 매입하자 금리와 상관없이 금값이 상승했습니다. 이것이 금값 상승의 진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의 방향
코로나 사태 이후 현재 미국의 달러 발행량은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으며 달러가 더 이상 세계의 통용 화폐로서 각국의 자산을 지켜 주기는 힘들다는 공포로 인해 세계 각국,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일수록 금을 사제기 하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